시류에 맞게 지은 제목인지, 번역상 이게 가장 어울려서 지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제목으로는 눈에 띈다.
우연히 작가 박총의 페북을 통해 극찬하고 있던 책이었고
박총 작가의 스토리나 책도 접한적이 있었기에
믿고 구입한 책이었다.
일단 나디아 볼즈웨버라는 여성 목사의 이력과 외모가 눈길을 끌기에 더할나위 없었다.
모태 신앙이었지만 청소년기 방황하면서
교회를 떠남은 물론 알코올과 마약에 중독되었다가
친구의 도움으로 중독에서 벗어나 신앙을 회복하고 루터교 목사가 되었다.(이전 스탠딩 코미디언이기도 했단다)
그러나 은혜를 받고 신학을 했음에도 여자 목사가 되는 여정은 쉽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블로그에 자신의 이야기들을 쓰기 시작했고 책으로까지 나왔는데,
바로 <여자목사>라는 책이다.
180이 넘는 키에, 목사가 되면서 온 몸에 교회 예전에 따른 절기와 복음서 이야기의 문신을 새겨
온몸으로 복음을 전하는 전도자가 되었고,
<모든 죄인과 성인의 집>을 섬기다가 그 교회의 파송을 받아 공공 신학자로 활동하고 있다.
그리 두껍지 않은 책인데,
처음 이 책 한 페이지 한 페이지를 넘기기가 쉽지 않았다.(자꾸 졸음이 왔다)
리뷰에서는 분명히 몰입감 최고라고 했었는데 말이다.(나의 영성이 문제인가?...)
그런데,,
중간부분으로 접어들수록 충격적인 이야기들이 많았다.
기독교에서 여전히 금기시되어 있는 자살한 성도의 추도예배 인도라든지, 사회적으로는 유명 인사이지만
극심한 우울증을 앓고 있는 성도의 고백이라든지, 극악한 범죄자의 이름까지 부르며 기도한다든지...
무엇보다 나디아 목사 본인의 있는 그대로의 인간적인 감정들을 솔직하게 드러냈다는 점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그녀는 목사임에도
보기 싫고,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그래서 교회안에서도 제대로 아는 척도 안했던 성도가 있었는데,
그 성도가 갑자기 소천하게 됐고,더욱이 그 성도가 떠나기 전 아내에게 이 교회와 목사님이 너무 좋았다라고 전해듣고
너무나 무너지며 회개했다는 이야기.
교회 일로 마음이 복잡해 도저히 설교를 할 수 없을 것 같아
젊은 아기 엄마 성도에게 가서 자신을 위해 기도해 달라고 했던 이야기
(그 아기 엄마 성도가 아기를 나디아 목사에게 안게 하면서 나디아 목사가 비로소 평안을 얻고 설교를 할 수 있었다)
성지순례를 가서 아무하고도 섞이고 싶지 않았는데,
심한 공황장애가 발작하면서 주변 모두의 도움을 받고 나중에는 먼저 친구가 되었다는 이야기.
청년기 한창 방황할 때,조건 없는 환대로 자신을 거둬주고 받아준 한 교수가 임종을 앞두고 자신에게 예배를 드려달라고 했던 이야기 등.
책의 모든 이야기는 지금 벌어지고 있는 생생한 삶의 현장이자 믿음의 현장이며
살아계신 하나님의 역사가 펼쳐지고 있는, 기적이 일어나는 이야기로 가득차다.
하나님은 누구에게나 어느 곳에서나 존재하시는 분이다.
그걸 잊지 않으면 된다.
그럼 어쩌다 거룩하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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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필요한 것은 내가 산산이 깨졌다가 인간의 것과 하나님의 것이 만나서 다른 모양으로 빚어지는 것이다.
그러려면 받을 자격 있는 것만 받을게 아니라 정말 망가졌을때 은혜와 사랑과 용서를 받아들여야 한다.
나는 은혜가 필요한 상황을 무슨 수를 써서라도 피하려고 하지만 정작 내게 필요한 것은 바로 은혜다.
-p244
우리는 하나님의 환한 빛을 쏘인다. 그러면 한동안은 따뜻해지지만 결국은 자신이 녹아내린다.
우리의 저항과 계획과 도모와 흉터와 교만이 다 녹아내리는 때는 친구에게 용서받을 때, 예수님이 우리의 볼썽사나운 사진을 게시하실때, 늘 피하려던(자신과 타인의) 모습을 받아들일때,다른 사람의 필요를 채워줄 때,(한심한 속물이던 스물세 살의 나를 구원해준) 죽어가는 여인에게 성찬을 베풀 때다.
우리는 빛을 전달하는 존재가 된다.그 환한 빛을 나누어 주거나 빌려주어도 줄어들지 않는다.
-p257
우리는 죄책감과 후회에 젖어 과거를 고칠 수 있기만을 바랄지 모르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을 다시 담을 수는 없다. 불가능하다.
그런데 지금 나는 하나님의 자비로 구속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그분이 우리를 능히 구속하신다는 진리를 어쩌면 누구보다도 더 붙드는 사람이 바로 나다. 나는 그래야만 한다. 그럴수 밖에 없다. 그러고 싶다.
우리가 '주여 자비를 베푸소서'라고 기도하는 뜻이 이 진리가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주여,자비를 베푸소서.그리스도여 자비를 베푸소서.주여 자비를 베푸소서'
라는 말은 부활의 하나님이 이루시는 구속에 우리의 소망을 둔다는 뜻이다. 마치 우리의 생사가 거기에 달린 듯이 말이다.-p218
그런데 마리아는 이 부분에서 정말 남달랐다. 그녀는 천사의 터무니없는 말을 듣고 '말씀대로 내게 이루어지이다'라고 말했다. 자신이 은혜를 입었다는 말을 신뢰한 것이다. 어쩌면 그런 신뢰 때문에 은혜가 임했는지도 모른다. 그녀의 삶이 자세히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나는 그녀를 평범한 소녀에게 따라오는 각종 고민과 모순을 지닌 평범한 소녀로 생각하고 싶다. 어쩌면 마리아의 믿음에서 정말 대단한 행위는 자신이 하나님께 은혜를 입었음을 신뢰한 것이다.
마리아가 어디에나 있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내 생각에 그 이유는 그녀가 순종의 표상이어서도 아니고 사회 혁명과 관계되어서도 아니다. 마리아의 초상은 우리에게 하나님의 은혜를 일깨워 준다. 하나님이 우리가 어떤 존재라고 말씀하셨으니 우리는 이미 그런 존재다. 그 사실을 그대로 믿는 것, 그것이 마리아가 우리에게 보여주는 모습이다.-p10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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