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
60년 만에 찾아간 고향, 16살의 추억을 만났다.
요즘 들어 돌아가신 엄마가 자꾸 꿈에 보이는 은심(나문희).
마침 절친이자 사돈 지간인 금순(김영옥)이 연락도 없이 불쑥 찾아오자, 은심은 금순과 함께 고향 남해로 떠나기로 한다.
그곳에서 우연히 자신을 짝사랑하던 태호(박근형)를 만나며 잊고 지낸 추억을 하나둘씩 떠올리게 되는데…
“다음에 다시 태어나도 네 친구 할 끼야” 한 편의 시가 되는 우정, 어쩌면 마지막 소풍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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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이런 줄거리일꺼라고 생각했다.
오랜만에 잔잔한 영화 한편 맘 편히 보자. 남편 고향인 남해가 배경이라고 하니 남해 풍경도 보자..
그런데...
인생은 역시나 쉽지 않다.
극중 노배우들이 말하는 한창때인 50대 초반을 살아가고 있는 나이지만
여전히 삶의 무게가 가볍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죽음이 언제고 손내밀수 있는 나이가 되어서도 세상사 하루도 편할 날이 없다.
더 무겁다. 도통 짐이 내려지지 않는다.
삶의 이유이자 원동력이었던 자식들을 고생고생 키웠지만
평생 부모에게 손을 벌린다.
제한몸 거느리기도 벅찰만큼 늙은 육신이건만 자녀들은 신경을 쓰지 않는다.
오롯이 자기들의 삶을 위해 끝까지 부모가 희생하고 헌신하길 바란다.그러니 늙은 부모는 두렵다.외롭다.이러다 움직이지 못하기라도 하면 어떡하지. 스스로 살 수 없으면 어떡하지..
그럴때 열여섯 세 친구가 인생의 마지막을 함께 지켜준다.
다행이다.
친구가 있어서...
나의 허물과 아픔,고통,수치를 다 받아주는 친구들이 있어서...
느릿느릿하지만 그 보폭에 맞춰 기다려주고 손잡아주고 함께 울어주고 함께 웃고
그렇게 마지막을 함께한다. 아니 먼저 떠나보내기도 한다.
마지막 은심과 금순의 장면은 충격이었고 씁쓸했고 뭐라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었다.
금순의 대사속 '존엄'을 택한 상황이 이해하려면 이해할수도 있었다.
마지막 소풍을 가기로 했을때 이미 두 친구는 소풍의 의미를 공유하고 있었다.
집을 대청소하고 정리한 후 목욕을 하고 김밥을 정성스럽게 싼다.
(영화 초반 서울에 올라온 금순에게 키오스크를 잘 못해 햄버거를 우걱우걱 먹던것과는 완전 상반된다.)
그리고 노인들이 걷기에는 가파른 산을 오르고 오른다.
그떄부터 보는 마음이 불안했다.
정자에 앉아 김밥을 나눠먹으며 금순은 은심에게 '얹히지 않게' 꼭꼭 씹어먹으라고 얘기한다.
은심은 '그래 시간도 많은데 꼭꼭 씹어먹을께'라고 대답한다.
맛있게 먹고 바다절벽이 있는 정상에 두 친구가 나란히 서있다.
서로 격려한다.
열심히 살았다고.
무섭냐고
난 정했다고.
그렇게 손을 맞잡고 영화는 끝이 난다.
충분히 열린 결말일수 있겠다.
그런데 더이상 척추주사도 맞을수 없는 지경의 몸인 금순과
손을 떠는 파킨슨몸의 은심이 그 높고 먼 곳을 다시 올라갈 것 같진 않다.
그전에 모든 걸 자식들에게 남김없이 다 주기도 했다.
그러니 그녀들의 소풍은 이 땅에서의 마지막 소풍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어릴적 소풍은 마냥 설레고 즐겁고 기다려지는 것이었다.
그런데 인생을 소풍이라고 한다면
그녀들의 대사처럼 너무 미화된 단어일것 같기도 하다.
누구나 닥쳐올 소풍의 마무리.
서글프지 않도록,외롭지 않도록
내 친구들을 떠올려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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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노배우들의 연기는 믿고보는, 표정 하나에도 인생이 담겨있는 명연기였다.엄지척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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