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서사극,대서사시가 끝났다.
온 가족을 웃고 울게한 세대초월 시대초월의 드라마였다.
포인트는 조금씩 저마다 다를수 있겠지만 아주 진한 여운과 대화거리를 피어나게 했다.
이 드라마로 한참을 이야기할 수 있으니 말이다.
보는내내 애순이 관식이가 짠했다.
모두가 어려운 시대였지만 더 어려운 형편이었던 애순이,
급기야 열살에 그토록 사랑하고 의지하던 엄마마저 떠난다.
그러니 하고 싶은 공부를 제대로 못하는 것은 당연하고 어린 두 동생 키우랴 양배추 밭 농사하랴,그걸 팔기까지 고단한 삶이 쉴 새 없다. 엄마의 빈자리는 더욱 크다. 엄마만 있었어도 그렇게 고생하진 않았을텐데..엄마가 늘 응원해줬을텐데...
그러나 옆에는 한마디 지껄일줄도 모르는 관식만이 애순이 곁을 지킨다.
한번 지킨 곁을 죽을때까지 지킨다ㅠ
관식이는 어려서부터 생선을 도매한다. 애순이의 양배추까지 대신 판다.자진해서.
오직 한 여자 애순이를 위해,애순이와 꾸린 가정을 위해 손가락이 펴지지 않도록 배를 타고 그물을 올린다.밤낮없이 일한다.불밝힌 오징어배처럼.
끝내 병을 얻고 마지막 약속을 지키지 못하지만 늘 그래왔듯 그의 방식으로 애순이를 사랑하고 아끼고 챙겨놓고 떠난다.
이들의 사랑과 수고와 헌신을 먹고 자란 금명이와 은명이,짧았던 동명이
그런데 금명이와 은명이는 오래도록 자신들의 입장이 더 크다.
그래서 엄마아빠에게 수시로 아픈말을 쏟아낸다.
그러고나서 후회한다.
자식들은 원래 그런것 같다.
부모들은 또 그렇게 되는 것 같다.
항상 후순위로 밀려나는것,
괜찮지 않아도 늘 괜찮다고 하는것,
퍼주고 또 퍼주는,
이제 나이가 들어서인가
애순이 관식에게 눈이 더 간다.마음이 더 아린다.
처음에는 이들의 인생은 뭔가 싶었다. 죽어라 고생만 하는 인생이 안타깝기만 했다.
그런데 그렇지 않았다.
이들은 이들의 인생을 최고로 눈부시게 살아냈다.
절대 포기하지 않았고 절망 가운데서도 일어났고 무엇보다 아낌없이 사랑했다.
서로를 향해 비난하지 않았고 아픈말을 하지 않았고 오히려 서로를 위하는 말을 했다. 세상에 둘만 있는것처럼 둘만 바라봤다. 끝까지 신의를 지켰고 끝까지 나보다 당신을 더 아꼈다.
그러니 눈부시다.
그리고 감사했다.
수많은 애순이 관식이들이 힘을 낼수 있을테니까 말이다.
애순이어도 관식이어도 사랑하면 다 얻은것이라고 말해주는 것 같아서 말이다.
어느 화에선가 나도 어릴적 아주 좋아했던 노래 벗님들의 '당신만이'가 흘러나왔다.
눈부신 햇살이 비춰주어도 제게 무슨 소용있겠어요
이토록 아름다운 당신만이 나에게 빛이되는걸
은은한 달빛이 감싸주어도 제게 무슨 소용있겠어요
향긋한 그대의 머리결만이 포근히 감싸주는걸
그대여 안녕이란 말은 말아요
사랑의 눈빛만을 주세요
아 이대로 영원히 내사랑 간직하고파
남는건 사랑뿐이라고 온통 사랑뿐이라고 결론을 내려줬던 <나의 해방일지> 염미정 대사처럼
이 드라마 역시 사랑을 남겼다.
그리고 수많은 애순이와 관식에게 헌정하는 드라마였다.
잘 사셨다고. 충분하다고
폭싹 속았수다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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