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남편의 리뷰입니다^^-
도대체 정의는 언제까지 ‘끝내’ 이길 것인가?
보는 내내 가슴이 답답하고 화가 났다는 관람평이 많았던 터라, 이 영화는 보고 싶지 않았다.
굳이 돈 써가며 마음 아프고 슬프고 우울해지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관람객이 1천만명을 육박한다는 말에, 최소한 그 안에는 포함돼야 한다는 군중심리가 발동하면서 영화를 봤다.
그 시절을 지낸 탓인지, 아니면 역사의 결론을 알고 있어서인지 나는 생각보다는 전두광(전두환을 가르키는 극중인물) 무리에는 화가 나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에게 맞서서 전두광 무리를 진압해야 할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그 역할을 하지 못한 것에 더 속이 터졌다.
영화 속의 전두광은 안하무인이고 유아독존적 인물로 묘사된다.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대통령까지 협박한다. 그러나 그를 제지해야 할 자리에 있는 사람은 하나같이 무력하다. 대통령도, 국방장관도 기타 여러 장성들도...
다만, 계엄사령관 정상호와 수도경비 사령관인 이태신과 헌병감, 특전사령관 정도가 전두광 무리와 맞설 뿐이다.
영화를 보면서 모두가 생각했으리라.
‘아! 저 타이밍에 8공수부대만 출동했더라면,
아! 그 때에 조금만 더 일찍이 대응했더라면,
국방장관이나 대통령이 좀더 과단성 있게 행동했더라면
그 지랄같은 80년대 군바리 정권을 경험하지 않아도 되었을텐데’라고...
역사에 가정이 없다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if~라는 생각이 떠나질 않았다.
영화 속의 모든 장면이 사실이 아니라고 하지만 불행히도 현실은 영화보다 더 영화적이다.
전두광 무리에 맞섰던 사람들은 개인은 물론 가족, 가정 전체가 파괴되는 아픔을 겪는다.
부친이 충격으로 돌아가시고 서울대 다니던 아들은 의문사한다.
자신도 숨지고 부인이 이어 실명하고 의문사를 당하기도 했다,
반면, 전두광 무리들은 장관으로 국회의원 등으로 떵떵거리며 살아간다.
영화속 전두광과 노태건은 대통령까지 해 먹는다. 그리고 천수(天壽)를 누린다.
현실로 돌아와, 전두환이 12.12사태로 정권을 잡은 이후에도 그 당시 중학생이었던 나는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며 정의는 ‘끝내’ 이긴다고 학교에서 배웠다.
그런데, 현실은 ‘결과’가 모든 것을 좌우했다. 편법이든 위법이든 과정이야 어떻든 목적만 달성하면 되는 세상이 됐다.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느니 ‘성공하면 혁명, 실패하면 쿠데타’라는 말도 만들어졌다.
부끄러움이나 염치라는 단어는 사전에서 없어져야 할 처지가 됐다. 그만큼 우리 사회는 천박해졌다.
대단하지도 않은 사람들이 대단한 양 으쓱대고 사과해야 할 가해자가 오히려 큰소리치는 비정상적인 사회가 됐다.
자판기 커피 한잔 마시기 위해 요금에서 800원을 가져간 버스기사는 횡령으로 해고되지만 업자로부터 수백만원대의 술자리를 제공받은 검사들은 이른바 ‘술값쪼개기’라는 법기술로 법망을 피해간다.
대통령 부인이라는 사람은 300만원짜리 가방을 선물이랍시고 받고서도 가타부타 해명이 없다.
‘노블레스 오블리주‘같은 말은 개에게 던져주는 뼈다귀만도 못한 말이 돼간다.
그래도, 정의(正義는)는 ‘끝내’ 승리한다고? 도대체 그놈의 ‘끝내’는 언제인지...
물론 ‘정의’는 승리할 것이다. 그렇지만 제발 정의가 ‘끝내’ 승리하지 말고 ‘그때 그때’ 승리했으면 좋겠다.
정의로운 사람이, 집단이 잘 살고, 이기는 모습을 ‘그때 그때’ 봤으면 좋겠다.
성실한 사람이, 자기의 자리에서 자기의 역할을 잘 하는 사람이 잘 사는 모습을 ‘그때 그때’ 보고 싶다.
영화를 통해 다시 한번 정의를 생각해 본다. 영화속 이태신을 비롯한 ‘정의’로운 이들이 받아야하는 고통은 어디에서 연유한 것인가?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란다는데 정의는 ‘기다림’을 먹고 자라는 것인가?
’정의‘가 기다리지 않고 ’그때 그때‘ 작동했으면 좋겠다. ’끝내‘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정의야! 그래줄 수 있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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