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는 끝났다.
하지만 여전히 꺼내본다.
<나의 해방일지>
솔직히 1,2회가 이상했다. 지루했다.
유독 드라마가 집에서 먹고, 각자 일터에서 일하고,
일터에서 또 먹고, 밭일하고 또 먹고..
뭐지? 아무일도 일어날것 같지 않은,
평범하고 지루한 일상의 연속만 화면 가득이었다.
미정을 뺀 두 남매는 끊임없이 불평 불만만 쏟아내고,
겨우 사회화의 모습만으로 살아가는 미정이는
영혼 잃은 모습으로 똑같이,똑같이 비쳐질뿐이다.
녹록치 않은 삶의 연속, 지겨운 일상,
그러나 버릴수 없는,버틸수밖에 없는 현실이
너무 리얼하구나 정도?
그런데, 이곳과는 너무나 생경한 구씨가 침입?한다.
하지만 그 역시 말한마디 없이 일하고 일하는 집의 집밥 먹고,
자기공간에 가면 술 마시고
무한반복이다.
그런데 갑자기 미정이가 도발을 하네.
술만 마시는 이름도 모르는, 과거가 어떤지도 모를 남자에게
자신을 사랑같곤 안된다고 추앙을 하라고 하네...
추앙?
현실에서 잘 쓰지 않는 추앙이라는 단어가 나왔을때, 이거 뭐지 했다.
어떻게 추앙을 풀어가려고..
도대체 추앙이 뭔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빠져들었다.
이때부터 시작된 쌍방 추앙!
꽁냥꽁냥 한걸음씩 서로에게 다가가는 추앙커플.
한없이 거칠지만 미정이앞에서만은 미소도,
농담도,애교까지 끼를 흘린다.
누구를 만나느냐
서로를 어떻게 대하느냐
작위적으로 만나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겠냐마는
이 커플처럼 솔직하게만 살수 있는 사람들은 또 얼마나 되겠는가
복잡한 심경으로 이들을 따라가본다.
그리고 끝까지 이들과 함께했다.
드라마 내내 흥분한 시청자들은
온갖 의미와 해석을 찾아냈다.
나역시 다양한 해석과 칭찬에 동의했다.
무엇보다 하루에 5분씩만이라도 설렘을 채워 버텨갈수 있는
구씨와 미정이들이 많아졌으면 했다.
그러면서 나를 돌아보게 됐다.
난 결코 미정이처럼 구씨를 품어주지 못했을 것이다.
아니 낯선 그를 가까이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염씨네 가족은 모두 구씨를 품어주었다.
수십가지의 이유를 들어 구씨를 비난하고 무시할수 있었을텐데
아무렇지 않게 품어준다.
그게 너무 충격이었다.
어떻게 그럴수 있지?
가식적인 내 삶이
품어주지도 못하면서
환대하는 척 한 내 삶이 드러나는 것 같아
조금 멍해지기도 했다.
그리고 조금 더 솔직하게 살아보고 싶은 생각도 들게 했다.
그게 내가 해방해야 할 숙제인것 같기도 하면서....
드라마가 끝난지 벌써 몇년이 지났다.
하지만 정말 헤어나올수 없는 드라마를 본건
이제껏 처음인 것 같다.
해방일지 fore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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